 딤채는 1995년 시장에 출시된 이래 김치냉장고 부문에서 확실한 지명도와 점유율을 지켜왔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은 때로 현재의 족쇄가 된다. 김치냉장고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제품의 라이프사 이클에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소비자의 대부분이 김치냉장고 하면 딤채를 떠올리지만, 동시에 딤채라고 하면 김치냉장고라는 생각이외에는 가지질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딤채는 김치냉장고로만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포지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치냉장고에서 와인과 치즈를 꺼내는 지진희가 등장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소비자 스스로 딤채는 더 이상 김치만 담아두는 ‘무엇’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신사동에 있는 ‘비스트로 디(bistro d。)’라는 딤채의 쇼룸 겸 레스토랑이다.
2005년 10월에 문을 연 비스트로 디는 동네 식당이란 의미의 프랑스어 ‘비스트로’와 딤채를 의미하는 ‘d’, 그리고 과학적 온도 표기를 의미하는 기호 。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1층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와인바로 활용되고 있다. 지하는 개설 초기에는 ‘메트로폴리탄 퀴진’이라는 콘셉트로 식당으로 꾸몄으나 2007년 4월 이후 이탈리아 식당으로 개조되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요리 재료는 딤채에 싱싱하게 보관된다. 따라서 이곳에서 제공하는 요리를 먹는 것이야 말로 딤채가 가지고 있는 식재료의 보관 능력을 몸으로 느끼는 일이된다. 딤채의 성능과 장점을 숨가쁘게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그곳에 보관해온 재료로 요리한 것을 직접 먹어봄으로써 ‘신선함’이라는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비스트로 디가 보여주려 하는 딤채의 가치다. 비스트로 디는 딤채의 쇼룸 겸 레스토랑으로 출발했지만, 노골적으로 딤채를 보여주면서 홍보하지는 않는다. 거대한 장미와 모나리자 그림 사이에 도드라지지 않게, 마치 인테리어의 일부분인 양 놓여있다. 그래서 아직도 비스트로 디가 딤채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래서 더 성공적이었다.
 1 비스트로 디 입구 식당이란 의미의 프랑스어 비스트로, 딤채의 d, 온도의 과학을 의미하는 기호가 결합한 로고. 2 비스트로 디 1층 낮에는 북 카페로, 밤에는 와인 바로 활용된다. 이곳에도 딤채가 인테리어의 한 부분처럼 숨어있다.
비스트로 디는 ‘딤채를 넘어선 딤채’를 보여주고자 한다. 김치냉장고는 단순히 음식물을 보관하는 기계가 아닌 문화를 담아 내는 그릇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젊은 층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면 그에 따라서 제품의 용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딤채라는 브랜드가 이제는 하나의 제품을 넘어서 문화를 담아내는 이름이 되게 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디(d)>라는 잡지를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아트워크 바이 딤채’라는 이름으로 딤채를 캔버스 삼아 4명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구축해온 브랜드에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비스트로 디 지하층 거대한 장미꽃이 ‘원더랜드’라는 콘셉트를 보여준다. (공간 디자인:배대용, B&A디자인사무소)
Interview | 김종우 위니아만도 마케팅커뮤니케이팀 팀장 “비스트로 디는 딤채의 원더랜드 같은 존재다” 김치냉장고 브랜드인 딤채가 비스트로 디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부족했다. 딤채는 40대 이상에선 많은 수요층이 형성되어 있으나 2535세대에서는 인지도와 지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젊은 층 중에는 대형 냉장고를 사는 대신 냉동고와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김치냉장고를 냉장고 대용으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스트로 디는 이러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감각적 공간으로 제안되었다. 이런 노력으로 20~30대의 딤채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는 1년 사이에 10% 이상 상승했다.
그렇다면 왜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을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브랜드가 가지길 원하는 이미지를 말이나 논리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트워크나 요리로 만들어 보여주면 공감하기 쉬울 때가 있다. 일본 소니의 매장에 가면 그 옆에 전자 제품 이외의 제품을 파는 매장이 있다. ‘소니 스타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말로 대답하는 대신 소니에서 선정한 크리에이티브하고 재미있는 상품을 직접 보여주며 소니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란 바로 이렇게 세련되고 멋진 느낌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비스트로 디도 마찬가지다. 딤채의 저장 성능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딤채에 저장한 음식을 먹게 하거나, 딤채에 그려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딤채의 브랜드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거대한 장미꽃이 매우 인상적인 비스트로 디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무엇인가? 김치냉장고 브랜드인 딤채가 서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더이상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배대용 씨가 그러한 콘셉트를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커다란 것은 작아지고, 장미꽃이나 모나리자 그림처럼 작은 것들은 커지고, 김치냉장고엔 김치 대신 와인이 들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원더랜드라는 콘셉트로 꾸몄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오는 공간도 마치 관객이 주인공의 등장을 환영해주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비스트로 디의 주인공은 딤채가 아니라 이곳을 찾는 소비자라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비스트로 디를 통해 딤채가 얻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평범해 보이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는데, 그 친구의 집에 수많은 클래식 음반이 있는 것을 보고 사실은 그가 대단한 클래식 애호가이며 문화적 식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딤채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을 홍보하기보다는 먼저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고 두 번, 세 번 와보면서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딤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딤채가 만든 공간이라는 것을 홍보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딤채는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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