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시인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장수 전시회답게 6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 ‘소문난 잔치’의 위상을 드높였다. 1000점이 넘는 디자인 콘텐츠가 소개된 이번 전시에서 유독 시선이 집중됐던 디자인을 소개한다.
스마트폰에 새로운 도킹 시스템을 제안한 제이엘 디자인 랩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여기서 더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기존 디자인을 뒤엎는 놀라운 디자인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블루밍 사운드(Blooming Sound)가 그 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1에서 제이엘 디자인 랩의 두 디자이너 이재웅, 정현오는 출시를 앞두고 있던 블루밍 사운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일종의 모의 시장 테스트를 실행한 셈. 블루밍 사운드는 아이폰 충전 기능과 함께 소리를 더 크고 널리 퍼지게 해주는 스마트폰 주변 기기다. 축음기의 나팔을 연상시키는 도크(Dok)와 최첨단 스마트폰이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은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아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디자인으로 지구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360 in 5 스마트폰 거치대 디자인에도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코끼리 휴대폰 거치대’. 디자이너 김대용은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의미를 담아 스마트폰 거치대를 디자인했다. 귀여운 코끼리가 스마트폰을 지지하고 있어 마치 우리 지구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 신예 디자이너의 기발한 디자인이 지구 위기 상황에 대한 각성의 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대중에게 제대로 된 메시지를 던졌으니 이제는 그의 디자인을 널리 알려줄 현명한 클라이언트를 찾는 일만 남았다.
자연을 담은 건강한 디자인을 보여준 스튜디오 블랭크 산이나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나무에 등을 두드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커다란 나무를 집으로 뽑아 갈 수는 없는 노릇. 디자이너 김재진은 사람들의 지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안마 도구 ‘타피’를 디자인했다. 언뜻 보면 볼링 핀이 연상되지만 자연 치유의 뜻을 담아 목재로 만든 건강 오브제다. 자연이 만들어낸 나이테의 불규칙한 천연 무늬와 작가가 수작업으로 다듬은 결과물은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개성이 있다. 스튜디오 블랭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계기로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고 <우리 시대 명사 100인과 함께하는 응원 메시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 명사들의 자필 메시지를 타피에 각인해 판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을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어린이 정서 치료와 나눔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재진은 자연 목재로 만든 타피로 사람을 향한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아트 퍼니처의 실용 가능성을 보여준 가구 디자이너 송승용 너무나 상반된 성격의 빨래 걸이와 흔들 의자가 합쳐져 하나의 디자인 제품이 완성됐다. 설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기능을 생각해 보면 디자인 임에 틀림없다. 디자이너가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햇볕 좋은 날 밖에 앉아 빨래를 말리며 쉬기에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이 가구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꼭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제품을 쓰라는 법은 없으니 나만의 사용 방법을 연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1에 방문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직접 앉아보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아트 퍼니처가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오도록 해 생활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르는 도구’의 디자인적 편견을 불식시킨 슬라이스 코리아 날카로운 것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모서리 공포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넘기다가도 종이에 손을 베이기도 하는 등 사실 우리 주변에는 온통 날카로운 것 투성이다. 슬라이스 코리아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르는 도구를 소개했다. 슬라이스의 커터는 그립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칼을 내부에 숨겨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프리시전 커터(Precision Cutter)는 마치 연필을 쥔 듯 자유자재로 손목을 제어할 수 있다. 이 밖에 이브 베하, 스콧 허스트, 마이클 그레이브, 알프레도 무치노가 디자인한 슬라이스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가구와 전자 기기의 조합을 시도한 호리젠탈 51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1에는 유난히 스마트폰 관련 제품이 많이 출품되었다. 그만큼 디자인 트렌드가 IT 기기 쪽으로 쏠려 있단 얘기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호리젠탈 51의 아이폰 도킹 스피커. 실내 선반 디자인에 아이폰 도킹 시스템이 합쳐져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전자 기기의 느낌을 최대한 배제해 실내 공간 연출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 이것이 바로 호리젠탈 51이 가구와 전자 기기 영역을 넘나드는 리빙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