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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측정 방법 연구하는 박남규 교수
창의성은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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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창의성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지금 한국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창조 경영이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인재이므로 창의성 측정 방법을 개발해 모두가 찾고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창의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면서도 솔깃해진다. 디자이너에게 창의성이란 목숨과도 같은 덕목 아니던가. 타고나는 것인 줄 알았던 창의성을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박남규 교수에게 창의성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박남규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뉴욕 대학에서 경영 전략 및 국제 경영 전공으로도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의 경영 전략 및 글로벌 전략 전공 교수로 있다. 창의성에 대한 관심으로 2009년 iCreate 창의성 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국내 기업의 창의성 진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를 얻었나요?
지난 1년간 제가 운영하는 iCreate 창의성 연구소에서는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약 6000명을 대상으로 개개인의 창의적 사고 능력을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진단 결과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 사원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100점이라고 가정하면, 입사 후 3~4년 정도 지난 사원들의 창의적 사고력은 99.15점, 대리 직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92.75점, 과장급 직원들은 86.43점, 차장 및 부장급의 직원들은 80.32점, 그리고 놀랍게도 임원들의 경우에는 74.85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입 사원들과 비교했을 때 임원의 경우에는 25% 이상, 그리고 차장 및 부장은 20% 정도 창의적 사고 능력이 낮다는 거예요. 직급별로 비교해보면 상사보다 부하 직원의 평균적인 창의적 사고 능력이 월등히 높다는 거고요. 우리가 평소 짐작만 해오던 생각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이지요.

이번 연구에 사용한 창의력 진단 툴은 어떤 것인가요? 창의력을 진단하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진단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그러나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은 이미 196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길포드(Guilford) 진단 방법은 1967년, 토랜스 테스트(Torrance Test) 역시 1974년에 개발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알려진 창의성 측정 방법만 해도 100가지가 넘어요. iCreate 창의성 연구소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창의성 진단 및 평가에 필요한 모든 알고리즘과 DB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진단은 기존의 창의성 진단 방법과는 달리 창의적 성향 5가지, 창의적 사고 유형 2가지, 창의적 사고 영역 8가지, 창의적 사고 특성 8가지 등 총 23가지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진단이기 때문에 매우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교수님은 창의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창의성은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 지식입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면 일단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요. 둘째는 창의적인 사고 기법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남들과 얼마나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기 부여의 정도입니다. 꿈과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거지요. 창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이에요.

창의성이 노력의 결과라면, 교육을 통해서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우리가 창의성에 대해서 갖는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창의성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 중에서 교육을 통해 향상되지 않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특히 전문 지식에 대한 습득은 대표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해요. 창의적 사고 기법 역시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분야고요. 지금도 창의적 사고 기법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고, 실제로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생소하게 느끼는 이유는 그만큼 창의성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들은 흔히 가장 창의력이 높은 집단 혹은 창의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됩니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가치를 만들려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산출물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없겠죠. 디자이너를 다른 말로 바꾸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하여 항상 노력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창의성을 노력이라고 정의하는 것처럼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창의성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하는 것이 디자이너라는 집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디자이너라면, 기업의 경우도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창의적인 기업을 판단하려면 2가지 기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먼저 결과와 산출물을 기준으로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투입과 노력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얼마나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들었느냐만 보지 말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느냐도 봐야 합니다. 그만큼 디자이너에 대한 처우와 얼마나 많은 디자이너를 채용했느냐 역시 기업의 창의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창의적으로 변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한국기업들을 위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창의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원과 대리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상사들은 열심히 경청하는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여요. 하지만 한국 기업의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윗사람의 명령에 아랫사람이 따름)으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의 전통적인 조직 문화, 혹은 창의적인 부하보다는 복종하는 부하를 더욱 좋아하는 관행이 한국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행을 어떻게 그리고 누가 먼저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대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제 기업 내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얘기를 듣다 보니 창의성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창의성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실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한국의 창의성이 세계에서 1등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창의성 부문에서 한국이 몇 등이나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쉽게 30등 혹은 50등이라고 대답해요. 하지만 지난 60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 사고력은 교육에 대한 투자에 의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교육에 투자하는 걸로 치면 한국이 단연 세계 1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창의성 연구소에서는 세계 20개 국가의 창의성 자료를 수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이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디자인하우스 (2012년 3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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