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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과가 남다른 이유
청송 사과는 어떻게 브랜드화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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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디자인의 발견. 지방자치단체가 디자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지역 환경, 지역 산업, 지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로 디자인을 활용한다. 또한 지역 고유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지역 아이덴티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월간 <디자인>이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지자체 디자인을 소개할 예정이다.



청송 하면 청송교도소부터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경상북도 내륙에 자리한 청송군은 청송교도소 이름을 개명하려고 10여 년 전 부터 법무부에 건의했지만 안동교도소도 있는데 청송만 바꿀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하지만 안동은 역사적 지역이란 이미지가 강한 데 반해 청송은 사과뿐이었다. 끊임없는 건의에 결국 2010년 8월 청송교도소는 ‘경북 북부 1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한동수 청송 군수는 서울 사람을 만나면 “이제 청송교도소는 없어졌습니다”라며 농담을 건넨다.
21세기의 지방자치단체는 예전과 달리 기업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 한동수 군수는 케이브랜드와 함께 청송군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2009년 진행했다. 자연 청정 지역인 청송을 강조해 청송군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를 군 전체에, 하물며 사과 상자에까지 적용했다. 청송 사과 축제 때 낱개 포장된 사과를 받은 외지인의 반응은 신선하다는 게 대다수. “사과를 먹는 사람 대다수가 도시 사람이라 젊은 고객을 겨냥한 포장입니다. 상자에는 2009년 리뉴얼한 청송 심벌마크를 일관되게 적용해 ‘청송’이란 지역을 알리고 있습니다.” 사과 포장까지 군수가 일일이 챙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교차가 크고 주변에 공장이 전혀 없는 환경 조건에서 생산되는 청송의 사과는 껍질째 먹어도 될 정도로 청정하다. 전국 사과의 10%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사과에 비해 인지도가 조금 낮았던 건 사실. 그래서 청송군이 택한 건 백화점 진열대에 내놓아도, 귀한 분께 명절 선물로 보내도 손색없는 사과 박스 디자인이었다. 사과 포장에만 급급했던 건 아니다. 엄재일 경북대학교 교수가 진행하는 사과 농가 교육도 지원하고, 병충해 달력을 만들어 좋은 사과를 재배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송에서는 청송 사과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 디자인이 투입된다. 500년 된 청송 백자를 알리고자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같은 전시에 참여하고, 군 단위에서는 최초로 경관 조례를 만들어 ‘청송의 색’을 지정했다. 이를 청송군 안내 간판이나 저온 저장고 건물 외부에 도입할 예정.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한 청송의 이미지는 ‘자연’이다. 청송 하면 자연과 사과가 단번에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 청송군은 단기간이 아닌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Interview 한동수 청송 군수

“청송의 청정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

한 지역을 총괄하는 군수로서 청송을 브랜드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세계적인 도시나 기업 또는 명품을 살펴보면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 시는 ‘I ♥ NEW YORK’이라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제정하며 도시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한 이를 다양한 상품에 활용해 좋은 이미지로 발전시켰다. 그래서 청송의 브랜드 슬로건을 청송의 청정 이미지에 부합하고 도시민에게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으로 정했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처럼 청송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야 관광객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송 심벌마크를 군청 홍보물만이 아니라 사과 패키지까지 통일적으로 사용하는 게 인상적이다. 군수로서 소비자가 제일 먼저 마주치는 패키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사과의 소비 시장이 도시라는 것,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야 지속적인 소비자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사과 박스를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만들었고, 브랜드 슬로건 이미지의 꾸준한 구축을 위해 통일적으로 청송 심벌마크를 사용했다. 브랜드 슬로건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은 청송군의 가장 큰 장점인 청정 자연과 명품 휴양 도시를 주제로 도시 사람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다. 도시와 청송, 자연과 인간,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이 슬로건은 청아한 자연과 풍성한 결실 등을 담고 있어 청송군과 가장 적합한 이미지의 슬로건이라 생각한다.

2009년 청송 심벌마크 리뉴얼 이후 청송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청송 사람뿐만 아니라 외지인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직은 기간과 공간이 부족해 브랜드 슬로건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청송의 브랜드 슬로건을 접한 도시의 젊은 층은 신선한 이미지가 청송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다.

청송군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2011에 ‘청송 백자’라는 주제로 전시에 참여했다.
조선 시대 청송에는 청송 백자 가마터가 36곳 정도 있었다. 생활 자기로 각광받고 널리 쓰였던 청송 백자가 광복 이후 양은 그릇에 밀려 1958년경에 가마터가 전부 폐업했다. 이런 실상이 아쉬웠는데, 3년 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법수골에 청송 백자 가마터를 전통 방식으로 복원했다. 마지막 청송 백자 도공인 고만경 옹을 모시고 문하생 2명과 함께 백자 생활 자기를 재현해 생산하고, 백자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청송 백자는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도자기로 돌을 빻아 만드는 제작 기법이나 도자기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어떤 지역에도 없는 차별화된 관광 상품이고 그 자체가 블루오션이다. 이렇게 경쟁력 있는 청송 백자를 널리 알리고, 또 시대 흐름에 맞게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과 기법을 개발해야 우수한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리빙디자인페어2011에 참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롤모델로 생각한 지자체 디자인 사례가 있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각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건축물, 상점 간판 등을 볼 때마다 예술적인 디자인과 통일된 그 도시만의 이미지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부러운 한편 ‘왜 우리는 저렇지 못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회•문화적 배경, 국민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수준, 제도적 문제 등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도 이제는 경제 수준도 높아졌고 사회•문화 수준도 향상됐다. 지자체에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밀고 나가 20~30년 꾸준히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를 필두로 많은 지자체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왜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지 설명해달라. 또한 청송의 디자인 사업 관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가?
지자체는 관광 상품이나 농•특산물, 공산품을 지속적으로 많이 팔아 지역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을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에게 다른 상품과는 차별화된 ‘유일하고 최고’인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루이 비통 가방은 다른 브랜드 제품에 비해 비싸지만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이유는 루이 비통만의 디자인과 명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청송의 이미지를 ‘청정과 자연 생태’를 복합적으로 내포한 브랜드 슬로건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자연을 노래하는 청송이라는 통합된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 주왕산, 주산지 등의 자연 명승지와 청송 사과 같은 농•특산물이 청송의 청정 이미지와 더불어 단단하게 여물 것이다. 올해 디자인 관련 예산은 청송 백자 디자인 개발비 2200만 원 정도이며, 앞으로 청송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 개발비를 확대 편성할 예정이다.


디자인하우스 (2012년 3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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