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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디자인을 만화로 본다
디자인 캐리커처

‘자동차 디자인의 전설, 주지아로’편.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디자인한 자동차의 특징을 쏙 뽑은 그림과 설명이 있어 이해가 쉽다.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캐리커처> 표지에 그려진 게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게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 특이한 형태의 물건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주시 살리프’다. 노란 레몬이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 물건의 기능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살짝 힌트를 준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누가’ 디자인했는지,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궁금했던 ‘디자인 이야기’를 만화라는 형태로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이 바로 <디자인 캐리커처>다. 이 책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재훈이 2009년 2월부터 중앙일보의 일요일 신문 <중앙선데이>에 1년간 연재했던 56가지 디자인 이야기를 한 권에 담은 것이다. 그의 만화는 그림으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특징을 쏙 뽑아 완벽하게 재현하고, 글로는 디자인이 지닌 의미에 대해 핵심을 꿰뚫는다. 대상이 지닌 성격과 특징을 단번에 포착하는 ‘캐리커처’처럼 말이다. ‘생활을 디자인하라’ ‘금융을 디자인하라’ 같은 광고 카피가 등장할 정도로 디자인이란 단어는 익숙해졌지만, 진짜 디자인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요즘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것들이 대중의 일상과 가깝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디자인 캐리커처>는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비키니 수영복, 국민 볼펜 ‘모나미 153’, 자유와 저항의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청바지처럼 디자인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디자인으로 디자인이 어떻게 생겨나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를 알기 쉽게 전한다. 

(왼쪽) 김재훈 지음, 디자인하우스, 1만 5800원.

디자인의 내막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의 ‘디자인은 보기에 좋은 것’이라는 디자인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자동차 디자인의 전설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작은 의자에 건축을 담아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코르셋과 긴 치마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코코 샤넬(Coco Chanel)과 같이 디자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만화라고 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이용되는 디자인에 관한 ‘굿 디자인은 굿 비즈니스’ 논쟁이나 클라이언트와 대중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현실을 담은 ‘디자이너의 꿈’처럼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진짜 하고 싶었지만 만화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P.S. 디자인’에서 볼 수 있다. 디자인을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은 디자인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 디자인이 대체 뭔지 궁금했던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제대로 된 디자인 만화책이다. 


디자인하우스 (2010년 7월호) ⓒ Desig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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